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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예술 치료학

표현예술 치료의 철학 : 세계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Poiesis-1

by yourjinny0201 2024.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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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치료적 실천은 치료의 특별한 활동들이 이해될 수 있는 철학적 이론을 내포하고 있다. 독일어로 인간존재의 개념을 가리키는 '맨쉔빌트'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사람의 이미지 또는 그림을 뜻한다. 여기에서 '그림'이라는 단어는 표현예술 치료 분야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단어는 이미지를 뜻한다. 그리고 이 같은 의미에 이 개념은 예술에 중심적인 개념인 '상상'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명사인 'Bildung'이 육성과 교육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이 '그림'은 구성되고 형성되는 것인 '형성'의 의미를 지닌다. 'Bildung'의 개념은 특히 서양미술과 문학을 통해 젊은 사람들이 교육되고 성인으로서 성장한다고 본 휴머니즘의 전통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교육'의 전통적인 개념은 세상과 자신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인간 능력을 가리키는 '구성'의 능력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능력을 '만들다'라는 의미를 가진 고대 그리스 단어인 'poiesis'라고 부른다. 그리스 어로 poiesis는 특히 예술적인 창조와 관련되어 있지만, 또한 어떤 새로운 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더욱 일반적인 의미의 활동을 뜻하기도 한다. 포이에시스는 표현예술 치료의 근간이 되는 인간관인 인간존재의 개념에서 아주 중심적인 개념이다. 우리는 예술이 우리 문화에서 수행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유럽의 문화가 다른 모든 문화에 표준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인본주의적 전통을 구성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식민주의의 비판을 고려하는 방식으로서의 poiesis 개념을 이해하고자 한다. 사실 표현예술 치료의 철학에서 poiesis의 개념은 특히 이 유럽 문화가 더 이상 표준으로 간주할 수 없는 탈중심화된 세례에서 더욱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을 발전시키기 이전에 치료 이론과 실천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에 왔었던 기존 서양철학의 기본적인 이론적 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근대 서양의 사고체계를 살펴보기 위해 '데카르트'의 저술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데카르트 철학의 인간관은 신체와 마음, 자연과 문화, 자아와 세계가 근본적으로는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데카르트 사고의 기본 원리를 살펴본 이후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철학에 의해 수행된 데카르트 철학에 대한 비판을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상학의 급진적 자기비판으로부터 어떻게 모더니즘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이른바 postmodern 전망이 도출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모더니즘적 사고 전통에 대한 성찰은 모더니즘의 전통적인 기본 개념들이 어떻게 문제시되었고 새로운 개념이 어떻게 준비되어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특히 우리는 postmodern 적이 시각에서 포이에시스의 고전적인 개념을 재개념화하는 것이 표현예술 치료의 이론과 실천에 적합한 새로운 인간관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자 할 것이다. 



치료적 실천과 모더니즘 비판



 치료적 기능 그 자체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인간이 태어나고, 고통받고, 죽어 가는 곳에는 어느 곳에서나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치료적 실천의 요구가 지속해서 존재해 왔다. 모더니즘 이전의 문화에서 이런 치료적 실천은 신체와 정신을 함께 고려하였다. 실제로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실 순전하게 물리적 측면만을 고려한 치료적 실천의 발달은 상대적으로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모더니즘이 출현하기 전에만 해도 전 세계 대부분의 문화에서 치료란 항상 물리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을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왔다. 여기에서 신체와 정신은 절대적인 의미로는 분명하게 구별되어 있지 않았다. 정신은 물리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였고, 신체라는 자체도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므로 신체를 정신과 구분하여, 즉 정신의 개념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의 영역으로부터 분리하여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이처럼 정신 신체적 개념은 치료 행위가 인간존재의 이 두 차원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해서 예술은 특히 적절한 수단을 제공한다. 인류학적 사료에서 알 수 있듯이 치료적 행위는 전통적으로 예술적 매체가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의례적 맥락 안에서 수행되어 왔다. 치료적 실천에 신체적 수단이 항상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유념한다면 우리는 이와 같이 전통적 행위에 대해 '상징 치료'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치료 행위가 항상 물리적 차원과 심리적 차원을 포함하는 한 예술은 이와 같은 치료의 행위에 특별히 적합한 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역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예술적 매체는 치료적 행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치료적 행위에서 사람을 정신 신체적 통일체로 이해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였다. 사람을 물질적인 형태를 띠는 정신을 지닌 존재로 이해한다면, 물질적인 대상의 영역에서는 물론 정신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영역에서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예술은 특별히 치료 행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에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은 근본적으로 이와는 너무 다르다. 현대의학은 신체적인 문제만을 다룬다. 확실히 소위 플라시보 효과나 시각화와 같은 대안적 절차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정신 신체적 현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순전히 물리적인 관점에서 신체를 바라보는 현대의료적 실천의 틀에는 맞지 않는다. 동시에 부분적으로는 신체적 문제를 다루는 현대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환원주의적인 물질주의에 대한 반발로, 신체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정신성의 뉴에이지의 개념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그 결과 새로운 치료프로그램들이 즉각적으로 무분별하게 수용되었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은 매우 빠르게 사라지곤 했다.

 물질주의적인 현대의학과 신체와 독립적으로 순순하게 정신만을 고려하는 정신성 간의 대립은 근대의 세계관을 출현시켰던 신체와 마음 사이의 극단적인 이원론에 기초하고 있다. 표현예술 치료의 이론과 실천에 적합한 철학적인 이론 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이 같은 이원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모더니즘의 사고를 특징짓는 마음과 신체의 분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예술의 치료적 역할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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